디자인의 디자인

들숨/독서 2008.01.29 21:54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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디자인의 디자인 デザインのデザイン 
하라켄야 | 민병걸 역| 안그라픽스| 2007.02.27 | 248p



 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인데 기회가 되어서 읽게 되었다. 사진에서 보면 잘 모르겠지만 정말 작고 아기자기한 책이다.

 '디자인'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너무 잘 묻어나 있었고, 막연하게만 생각되었던 디자인을 좀 더 실체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.
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아트(ART)와 디자인(DESIGN)의 의미를 풀이해 놓은 부분이었다. 잠시 인용하자면,

 아트는 개인이 사회를 마주 보는 개인적인 의사 표명으로 발생의 근원이 매우 사적인 데 있다. 따라서 아티스트 자신만이 그 근원을 파악할 수 있다. 이 점이 아트의 고독함이면서 또 멋진 점이기도 하다. 물론 아티스트들이 만들어 낸 표현을 해석하는 방법은 많이 있다. 그 표현들을 재미있게 해석하고 감상하고 평가하여 나아가 전시회 같은 것으로 재편집하여 지적 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은, 아티스트가 아닌 제삼자가 아트에 접근하는 방식이다.
 한편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그 동기가 개인의 자기 표출 의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쪽에 발단이 있다. 사회의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해석해 나가는 과정에 디자인의 본질이 있다. 문제의 발단을 사회에 두기 때문에 그 계획이나 과정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어 다른 사람들도 디자이너와 같은 시점에서 그 길을 따라갈 수 있다. 이러한 과정 속에서 인류가 공감할 수 있는 가치관이나 정신이 태어나고, 그것을 공유하는 가운데 만들어지는 감동이 바로 디자인의 매력이다.
 내가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은 학생이기에 단지 모르고 있던 것뿐일지도 모르지만 위의 정의는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명료함이 있었다. 디자이너의 재능은 모든 사람들의 공통 분모를 잘 찾는 데에 있다. 아무리 아름답고 멋진 그림을 그려 놓았더라도, 그것이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방식이나 같은 메세지로 전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디자인이라고 할 수 없다.
그래서 디자이너에게는 재능도 필요하지만 충분한 경험과 노하우, 확실한 가치관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.

어떻게 보면 컴퓨터 공학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. 사용자들에게 서비스 하나를 제공한다 치더라도 엄청난 토론과 조사를 거쳐서 궁극적으로는 '이것이 과연 필요한 서비스인가?', '어떻게 해야 사용자가 더 편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가?'를 묻는 것처럼, 디자인도 기본적으로 그러한 물음이 없었다면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.

 마지막의 후기에서 작가는 '디자인은 땅에 발을 붙이고 걸어갈 수 있는 세계'라고 하면서 관심이 있지만 망설이고 있다면 한발 들여보는 것이 어떠냐고 권유하는데, 아무래도 나는 더 멀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. 만만한 듯 보이던 그 세계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을까. 자신의 분야에 대해서 이렇게 뚜렷한 가치관과 철학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왠지 자신이 없어졌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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posted by purecolor